🛒 두부 한 모가 남아서 시작된 일
지난주였습니다. 찌개에 넣으려고 두부를 사왔는데, 막상 국물이 끓고 나니 두부를 넣을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냉장고 한 켠에 얌전히 앉아 있는 두부 한 모. 근데 그냥 두면 사흘을 못 버티거든요. 괜히 찜찜하고, 버리자니 아깝고. 이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두부를 ‘찌개 재료’로만 생각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밥상을 차렸지만, 두부만 따로 반찬으로 만들어본 게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두부 한 모면 반찬을 다섯 가지까지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해보고 우리 집 식구들이 잘 먹었던 두부 반찬 다섯 가지를 솔직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두부 한 모로 만든 반찬 5가지
1. 두부 간장조림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반찬입니다. 두부를 1.5cm 두께로 썰어서 키친타월로 꾹꾹 눌러 물기를 제거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걸 빠뜨리면 기름이 튀어서 꽤 힘들어집니다. 저도 처음엔 귀찮아서 그냥 구웠다가 기름이 사방으로 튀는 바람에 가스레인지 청소를 다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뒤로 노릇하게 구운 뒤, 간장 두 큰술, 물 세 큰술, 설탕 반 큰술, 다진 마늘 조금, 참기름 몇 방울을 섞어서 끼얹어주면 됩니다. 불은 중약불로 줄이고 소스가 배어들 때까지 2~3분만 더 익혀주면 완성입니다. 아이들도 잘 먹는 반찬이라 우리 집에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등장합니다.
2. 두부 달걀볶음
냉장고에 달걀만 있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두부를 잘게 으깨서 달걀 두 개와 섞고, 소금 약간과 후추 한 꼬집을 넣습니다. 기름 두른 팬에 볶으면 되는데, 스크램블 에그 만드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 만들었을 때 너무 오래 볶아서 뻑뻑해졌던 것 같습니다. 불 세기를 중불로 유지하면서 촉촉할 때 바로 불을 끄는 게 포인트입니다.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도 딱입니다. 부드럽고 고소해서 어린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3. 두부 된장찌개 없이 된장무침
찌개 말고 무침이 있다는 걸 저도 꽤 늦게 알았습니다. 두부를 끓는 물에 3~4분 데친 다음, 체에 밭쳐 물기를 완전히 빼줍니다. 여기에 된장 한 큰술, 고춧가루 반 큰술,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를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줍니다. 이때 두부를 너무 곱게 으깨지 않고 덩어리가 살짝 남게 무쳐야 먹을 때 씹히는 맛이 납니다. 된장찌개보다 훨씬 빠르고, 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이 꽤 괜찮습니다.
4. 두부 부침 (밀가루 없이)
정확하진 않지만, 두부 부침을 처음 밀가루 없이 해봤을 때 실패한 것 같습니다. 표면이 너무 거칠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달걀물에만 담가서 바로 구웠더니 훨씬 부드럽고 촉촉한 부침이 완성됐습니다. 1cm 두께로 썰고, 소금을 앞뒤로 살짝 뿌린 다음 10분 정도 두면 삼투압으로 물이 나옵니다. 그걸 닦아내고 달걀물 입혀서 구우면 됩니다. 간단하지만, 솔직히 밀가루 입힌 것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5. 두부 김치볶음
묵은지가 조금 남아 있다면 최고의 조합입니다. 두부는 큼직하게 깍둑썰기 하고, 묵은지는 잘게 썰어줍니다. 기름을 두른 팬에 묵은지를 먼저 볶다가 두부를 넣고 함께 볶아줍니다. 간은 김치의 신맛과 짠맛에 따라 달라지니까, 중간에 한 번 맛을 보면서 설탕이나 액젓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완성입니다.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게 되는 반찬입니다. 남편이 특히 좋아해서 이건 거의 매주 합니다.
😊 직접 해보니 좋았던 점
- 재료가 거의 필요 없습니다. 간장, 된장, 달걀, 김치 정도면 냉장고 대부분의 집에 있는 것들입니다.
- 조리 시간이 짧습니다. 다섯 가지 모두 20분 안에 완성됩니다. 바쁜 평일 저녁에 딱 맞습니다.
- 두부 한 모를 낭비 없이 씁니다. 조금씩 나눠서 여러 반찬을 만들면 질리지도 않고, 버리는 것도 없습니다.
- 단백질 반찬이 여러 가지 나옵니다. 고기 없이도 식단이 든든해지는 기분이 있습니다.
😅 솔직히 아쉬웠던 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두부는 수분이 많아서 보관이 까다롭습니다. 미리 만들어놓은 두부 반찬은 다음 날이면 물이 흥건하게 생겨서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특히 간장조림은 하루 지나면 색이 더 진해지고 짜질 수 있습니다. 그날그날 먹을 만큼만 만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대량으로 만들어서 나눠 먹겠다는 생각은, 적어도 두부 반찬에서는 잘 안 통했습니다.
그리고 두부 부침이나 간장조림은 기름을 제법 씁니다. 기름진 음식을 되도록 피하는 분들이라면 조리 방법을 조금 달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로 구운 뒤 양념에 버무리는 방식으로 응용해보셨으면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두부는 어떤 종류를 써야 하나요?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간장조림이나 부침에는 단단한 부침용 두부가 좋습니다. 무침이나 달걀볶음에는 연두부나 일반 두부 모두 괜찮습니다. 저는 보통 일반 두부 한 모를 사서 용도에 따라 나눠 씁니다. 굳이 여러 종류를 살 필요는 없더라고요.
Q. 두부 물기 빼는 게 꼭 필요한가요?
네, 정말 중요합니다. 물기를 빼지 않으면 볶을 때 수분이 나와서 겉이 바삭하게 안 됩니다. 키친타월로 누르거나, 소금을 뿌려서 삼투압으로 빼는 방법 둘 다 씁니다. 저는 시간이 없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1분 돌려서 수분을 날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도 꽤 잘 됩니다.
Q. 아이가 두부를 잘 안 먹으면 어떻게 하나요?
저희 둘째도 한동안 두부를 싫어했습니다. 그때 효과가 있었던 건 두부 달걀볶음이었습니다. 두부 자체의 식감이 거의 사라지고 달걀 맛만 나거든요. 케첩을 살짝 곁들여주면 아이들이 꽤 잘 먹습니다. 처음부터 두부라고 말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 마무리하며
냉장고 파먹기라고 하면 왠지 대단한 요리 실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두부 하나만 있어도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재료 없이, 집에 있는 것들로 충분히 한 끼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게 20년 살림을 해온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요리 초보이신 분들, 갑자기 반찬 거리가 없어서 막막하신 분들, 마트 가기 귀찮은 날 냉장고에 두부 한 모만 남은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도 맛있는 한 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