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 담그는 법: 쪽파철에 꼭 만드는 밥도둑 반찬

🌱 쪽파 한 단이 시작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글을 쓰게 된 건 지난주 장보러 갔다가 쪽파 한 단을 덜컥 샀기 때문입니다. 3월 말부터 4월 초, 딱 지금 이맘때쯤이면 시장 좌판에 쪽파가 수북이 쌓여 나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랬습니다. “어머, 파가 이렇게 실해요?” 하고 물으니까 아주머니가 “지금이 딱 철이야, 아가씨” 하시더라고요. 42살에 아가씨 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냥 두 단 집었습니다.

근데 막상 집에 오니까 문제였습니다.

쪽파 두 단이 생각보다 양이 엄청났습니다. 냉장고에 넣자니 금방 시들 것 같고, 파전을 해먹자니 두 단을 다 쓰기엔 무리였습니다. 남편한테 “파김치나 담글까?” 했더니 “어, 그거 맛있겠다” 하는 겁니다. 결혼 20년 차인데 남편이 맛있겠다고 하는 음식이 별로 없거든요. 이건 해야 된다 싶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파김치가 어려울 줄 알았습니다. 배추김치도 아니고 무김치도 아니고, 파로 김치를 담근다? 어릴 때 친정엄마가 해주신 기억은 있는데, 제가 직접 담가본 적은 손에 꼽았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한 번인가 두 번? 그것도 10년도 더 전 일입니다.

📝 파김치 담그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것들

일단 재료부터 정리해드릴게요. 쪽파 두 단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 쪽파 – 500g 정도 (시장에서 파는 한 단이 보통 250~300g입니다)
  • 굵은소금 – 절일 때 쓸 것 2큰술
  • 찹쌀풀 – 찹쌀가루 1큰술 + 물 1컵
  • 고춧가루 – 5큰술 (취향에 따라 가감)
  • 멸치액젓 – 3큰술
  • 새우젓 – 1큰술 (다져서 넣으면 더 좋습니다)
  • 매실청 – 2큰술
  • 다진 마늘 – 1큰술
  • 통깨 – 약간

정확하진 않지만, 양념 비율은 집집마다 다 다릅니다. 저도 친정엄마 레시피랑 시어머니 레시피가 좀 달랐습니다. 친정엄마는 새우젓을 많이 넣으시고, 시어머니는 액젓 위주로 담그셨거든요. 저는 둘 다 섞어서 씁니다. 20년 동안 이것저것 해보니까 이게 제일 균형 잡힌 맛이더라고요.

👩‍🍳 직접 해보니 이랬습니다: 파김치 담그기 전 과정

🥬 1단계: 쪽파 손질하기

쪽파 손질이 반입니다. 진짜로요. 여기서 대충하면 나중에 다 티가 납니다.

먼저 쪽파 뿌리 쪽을 봐주세요. 흙이 잔뜩 묻어있을 겁니다. 저는 큰 대야에 물 받아놓고 쪽파를 담가서 흙을 불렸습니다. 한 10분? 그러고 나서 뿌리 쪽 수염 같은 것들을 가위로 싹둑 잘라냅니다. 칼로 해도 되는데 가위가 더 편합니다.

시든 잎도 다 떼어내야 합니다. 겉잎 중에 누렇게 변한 거, 물컹한 거 다 벗겨내세요. 아깝다고 그냥 두면 나중에 김치 맛이 이상해집니다. 저도 처음에 아까워서 대충 뒀다가 후회한 적 있습니다.

깨끗해진 쪽파를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헹궈주세요. 특히 뿌리 부분 사이사이에 흙이 끼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가락으로 비벼가면서 씻어야 합니다.

🧂 2단계: 절이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배추김치 담글 때처럼 소금에 푹 절이면 안 됩니다. 쪽파는 약하거든요. 금방 흐물흐물해집니다. 굵은소금 2큰술을 물 2컵에 풀어서 소금물을 만들고, 거기에 쪽파를 담갔습니다. 20분 정도요. 길어도 30분 넘기면 안 됩니다.

근데 제가 첫 번째 시도 때 실수한 게 이겁니다. 소금을 그냥 쪽파 위에 뿌렸습니다. 배추김치처럼요. 그랬더니 뿌리 쪽은 안 절여지고 잎 부분만 너무 절여져서 나중에 양념할 때 잎이 뚝뚝 끊어지더라고요. 진짜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꼭 소금물에 담그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절이고 난 다음에는 찬물에 한 번 헹궈서 소금기를 좀 빼주세요. 그리고 채반에 올려서 물기를 빼야 합니다. 이것도 중요합니다. 물기가 많이 남아있으면 양념이 잘 안 배고, 보관할 때 빨리 시어버립니다.

🍚 3단계: 찹쌀풀 만들기

찹쌀풀은 양념을 쪽파에 잘 붙게 해주는 역할입니다. 없어도 되냐고요? 없어도 됩니다. 근데 넣으면 확실히 다릅니다. 양념이 흘러내리지 않고 파에 착 감깁니다.

냄비에 물 1컵 넣고 찹쌀가루 1큰술 넣어서 잘 풀어주세요. 그다음 약불에서 저어가면서 끓이면 됩니다. 되직해지기 시작하면 불 끄세요. 너무 오래 끓이면 떡이 되어버립니다. 한 2~3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 만들면 반드시 식혀야 합니다. 뜨거운 상태로 양념에 섞으면 고춧가루가 익어서 색이 탁해집니다.

🌶️ 4단계: 양념 만들기

자, 이제 양념입니다.

큰 볼에 식힌 찹쌀풀을 넣고, 고춧가루 5큰술, 멸치액젓 3큰술, 다진 새우젓 1큰술, 매실청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을 다 넣습니다. 그리고 잘 섞어주세요.

여기서 저만의 팁 하나 드릴게요. 양념을 만들고 바로 쓰지 마시고, 한 10분 정도 두세요. 고춧가루가 수분을 머금으면서 양념이 부드러워집니다. 그래야 파에 양념할 때 고춧가루가 거칠게 씹히는 느낌이 없어집니다.

양념 농도는 되직해야 합니다. 너무 묽으면 파에서 계속 흘러내립니다. 주걱으로 떴을 때 뚝뚝 떨어지지 않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 5단계: 드디어 양념하기

솔직히 이 과정이 제일 손이 많이 갑니다.

물기 뺀 쪽파를 한 줌 잡고, 양념을 손에 묻혀서 뿌리 쪽부터 쓱쓱 발라줍니다. 잎 끝까지 꼼꼼하게요. 근데 너무 세게 문지르면 파가 상합니다. 살살, 감싸듯이 발라주세요.

저는 일회용 비닐장갑 끼고 합니다. 맨손으로 하면 파 냄새가 손에 며칠 가거든요. 설거지해도 안 빠집니다.

양념 다 바른 쪽파는 대여섯 개씩 묶어서 돌돌 말아줍니다. 뿌리가 밖으로 나오게 반으로 접어서 말면 나중에 먹을 때 먹기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밀폐용기에 담을 때도 예쁘게 담기고요.

🫙 6단계: 보관

밀폐용기에 차곡차곡 담아서 실온에 반나절 정도 두세요. 여름이면 좀 더 짧게, 지금 같은 봄날씨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요. 그러다가 살짝 익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냉장고에 넣으시면 됩니다.

저는 보통 하루 실온에 두고 냉장 보관합니다. 냉장고에서 3일 정도 지나면 딱 맛있게 익습니다. 일주일까지는 아삭하게 먹을 수 있고, 그 이후부터는 점점 시어지면서 푹 익은 맛이 납니다.

💚 파김치, 담가보니 이게 좋았습니다

우선 밥도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막 담근 파김치를 따끈한 밥이랑 먹으면요, 알싸하면서 달짝지근한 게 정말 중독성 있습니다. 우리 큰애가 고3인데, 입맛 없다고 밥 안 먹겠다던 애가 파김치 올려주니까 한 공기 뚝딱 비웠습니다. 작은애는 원래 김치를 잘 안 먹는데, 파김치는 신기하게 잘 먹더라고요. 배추김치보다 덜 시고 파 특유의 단맛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남편은 삼겹살 구워먹을 때 파김치 없으면 섭섭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름진 고기랑 같이 먹으면 느끼함이 싹 잡힙니다. 쌈 싸먹을 때 파김치 한 줄기 올려서 같이 싸면 진짜 맛있습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만드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는 겁니다. 배추김치 담그려면 절이는 시간만 몇 시간인데, 파김치는 다 합쳐서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손질 20분, 절이기 20분, 양념하기 20분. 물론 양이 많으면 더 걸리지만, 기본적으로 배추김치보다 훨씬 간편합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만족인데요. 뭔가 제철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가족한테 먹였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마트에서 사온 김치 주는 거랑은 느낌이 다릅니다. “엄마가 담갔어” 하면 애들이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거든요.

😅 솔직히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일단 보관 기간이 짧습니다.

배추김치는 잘 익혀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한두 달도 먹을 수 있잖아요. 파김치는 일주일 넘어가면 확 시어집니다. 익은 김치 좋아하시는 분은 괜찮은데, 저희 집은 다들 덜 익은 걸 좋아해서 빨리 먹어치워야 했습니다. 결국 3~4일 안에 다 먹는 게 제일 맛있었습니다.

양이 줄어드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쪽파 두 단이면 많아 보이는데, 손질하고 절이고 나면 반으로 줄어듭니다. 시든 잎 떼어내고, 절이면서 숨이 죽으니까요. 네 식구가 3~4일 먹을 양밖에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세 단씩 사서 담급니다.

손에 냄새 배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아까 비닐장갑 끼고 하라고 했는데, 그래도 냄새가 좀 납니다. 손톱 사이에 양념 들어가면 며칠 가요. 네일 받으신 분들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양념 비율 맞추기가 처음엔 어렵습니다. 액젓이 너무 많으면 짜고, 매실청이 많으면 너무 달고. 저도 몇 번 담가보고 나서야 우리 집 입맛에 맞는 비율을 찾았습니다. 위에 적은 레시피도 참고만 하시고, 본인 입맛에 맞게 조금씩 조절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정리해봤습니다

Q1. 쪽파 대신 대파로 해도 되나요?

됩니다. 근데 맛이 좀 다릅니다. 대파는 쪽파보다 매운맛이 강하고, 아삭한 식감이 덜합니다. 대파로 만들면 좀 더 어른 입맛에 맞는, 술안주 같은 느낌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쪽파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파밖에 없으면 대파로 해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대파는 절이는 시간을 좀 더 길게, 한 30분 정도 잡으세요.

Q2. 멸치액젓 없으면 뭘로 대체하나요?

까나리액젓이나 진간장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다만 진간장 쓰면 색이 좀 어두워지고 맛도 약간 달라집니다. 가장 비슷한 건 까나리액젓입니다. 집에 어떤 액젓이든 있으면 그거 쓰셔도 됩니다. 정 없으면 소금으로 간 맞춰도 되는데, 그러면 감칠맛이 좀 부족해집니다.

Q3. 파김치가 너무 매운데 어떻게 하나요?

이미 담근 거라면 사실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밥이랑 같이 먹거나, 고기 쌈 싸먹을 때 같이 드시면 덜 맵게 느껴집니다. 다음에 담글 때는 고춧가루 양을 줄이시고, 매실청이나 설탕을 조금 더 넣어보세요. 참, 고춧가루도 종류에 따라 매운 정도가 다릅니다. 김치용 고춧가루 중에 순한 맛으로 나오는 것도 있으니까 그걸로 바꿔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배추김치 담그기는 엄두가 안 나는데, 그래도 집에서 김치 한번 담가보고 싶으신 분. 파김치로 시작하시면 좋습니다. 훨씬 간단하고, 실패해도 타격이 적습니다.

고3 수험생이나 입맛 없는 가족이 있는 집. 새콤달콤 알싸한 파김치가 입맛 돋우는 데 진짜 효과 있습니다. 우리 애 보면 알아요.

삼겹살, 제육볶음 같은 고기 반찬 자주 해드시는 분. 느끼한 거 잡아주는 데 파김치만 한 게 없습니다. 상추쌈에 파김치 한 줄 올리면 그게 최고의 조합입니다.

냉장고에 쪽파가 시들어가고 있는 분. 그냥 버리지 마시고 파김치 담그세요. 버리는 것보다 백배 낫습니다.

🌸 마무리하며

처음 파김치 담근 날, 남편이 저녁 먹다가 “이거 네가 담근 거야?” 하더라고요. 20년 같이 살면서 제가 만든 음식에 별 반응 없던 사람이요. “응, 쪽파 싸게 사왔길래”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줄 더 집어 먹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거창한 칭찬은 없었습니다.

근데 그게 좋았습니다. 묵묵히 한 줄 더 집어 먹는 것. 아이들이 밥 한 공기 비우는 것. 그게 제가 20년째 밥상 차리는 이유 같기도 하고요.

쪽파철이 지나면 또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 시장 가시면 쪽파 한 단에 2천 원도 안 합니다. 올해 한 번 담가보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저처럼 첫 번째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두 번째엔 맛있어지거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맛있는 파김치 담그시길 바랍니다. 🙏

사보레스 소개 | 개인정보처리방침 |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