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반찬 만들기: 주말 2시간 밑반찬 10가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좀 부끄럽습니다. 작년 겨울이었어요. 둘째가 학교에서 “엄마는 맨날 편의점 김밥 싸주냐”고 친구한테 얘기했다는 걸 담임선생님 상담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때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20년 넘게 밥상 차린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돌아보니 평일 저녁은 거의 배달이나 간편식이었습니다.
근데 막상 “제대로 해보자” 마음먹으니까 시간이 문제더라고요. 남편 출근 챙기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집안일 하다 보면 하루가 순삭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주말 2시간 밑반찬 몰아서 만들기”였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2시간 안에 10가지가 가능할까 반신반의했어요.
📋 핵심은 ‘동시 조리’와 ‘재료 겹치기’입니다
제가 1년 넘게 이 방법을 해보면서 깨달은 건, 요리 실력보다 순서와 동선이 훨씬 중요하다는 겁니다. 처음엔 레시피 하나 끝내고 다음 거 시작하는 식으로 했는데, 그러면 4시간도 모자랐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합니다:
- 가스레인지 두 개 버너를 동시에 사용
- 한쪽에서 조림하는 동안 다른 쪽에서 볶음
- 그 사이에 무침 재료 손질
그리고 재료 겹치기가 진짜 핵심입니다. 당근은 세 가지 반찬에 쓰고, 대파도 두세 가지에 들어가게 짜는 거예요. 따로따로 사면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채소들이, 이렇게 하면 하나도 안 남습니다. 식비 절약은 덤이었어요.
🥢 제가 실제로 만드는 10가지 밑반찬
1~3번: 볶음류 (가장 먼저 시작)
멸치볶음은 제일 먼저 합니다. 마른 팬에 멸치 먼저 볶아서 수분 날리고, 간장 1, 올리고당 1.5 비율로 넣으면 끝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한 5분이면 되는 것 같아요.
어묵볶음도 같은 팬 그대로 씁니다. 어차피 간장 베이스니까 씻을 필요 없어요. 어묵 채 썰어서 당근이랑 같이 볶고, 간장 조금 케첩 조금 넣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이 됩니다.
감자채볶음은 감자 채 써는 게 제일 오래 걸립니다. 근데 채칼 쓰면 2분 컷이에요. 물에 담갔다가 전분 빼고 볶으면 부서지지 않습니다.
4~6번: 조림류 (불 줄이고 방치)
메추리알장조림은 시간이 좀 걸리지만 손은 안 갑니다. 삶은 메추리알 사다가 간장 물에 넣고 약불로 20분. 그 사이에 다른 거 하면 됩니다.
콩자반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은콩 미리 불려두면 조리는 금방이에요. 제 기억이 맞다면 전날 저녁에 물에 담가두는 게 제일 편했습니다.
연근조림은 최근에 추가한 건데, 생각보다 쉽습니다. 연근 슬라이스 사다가 식초물에 담갔다가 조리면 아삭해요. 아이들이 “이거 뭐야?” 하면서 의외로 잘 먹습니다.
7~9번: 무침류 (불 없이 빠르게)
시금치나물은 데치는 시간이 전부입니다. 살짝만 데쳐야 해요. 너무 오래 하면 질척해집니다. 처음에 이것 몰라서 몇 번 망쳤습니다.
콩나물무침도 같은 물에 바로 데치면 됩니다. 물 아까우니까요. 콩나물은 뚜껑 열지 말고 7분이 제 황금시간입니다.
오이무침은 날로 먹으니까 제일 마지막에 합니다. 소금에 절이고 꽉 짜서 고춧가루 참기름 넣으면 끝. 근데 이건 3일 안에 드셔야 해요. 물이 많이 생깁니다.
10번: 보너스 반찬
달걀말이는 사실 반찬이라기보단 아이들 간식용입니다. 근데 김 넣어서 말면 반찬으로도 충분해요. 식으면 썰어서 통에 담아두면 아침에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 1년 해보고 느낀 아쉬운 점들
솔직히 단점도 있습니다.
첫째, 목요일쯤 되면 나물류가 맛이 떨어집니다. 특히 시금치나 콩나물은 3~4일 지나면 숨이 죽어서 처음 맛이 안 나요. 그래서 요즘은 나물은 5인분만 만들고, 목금요일은 볶음이나 조림으로 버팁니다.
둘째, 처음 몇 주는 2시간 절대 안 됩니다. 3시간, 4시간 걸려요. 동선이 손에 익어야 빨라지는 건데, 그 전에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처음 한 달은 매주 지쳐서 “다음 주는 안 해” 했습니다.
셋째, 가족 입맛에 따라 10가지 중 3~4개는 안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큰애는 콩자반을 절대 안 건드려요. 그래서 지금은 콩자반 대신 진미채볶음으로 바꿨습니다. 가족한테 맞춰 조금씩 바꿔가셔야 합니다.
✅ 알아두면 좋은 팁
- 반찬통은 같은 사이즈로 통일하면 냉장고 정리가 훨씬 쉽습니다
- 만든 날짜를 마스킹테이프에 적어 붙이면 “이거 언제 만든 거지?” 고민이 사라집니다
- 조림류는 국물 자작하게 만들어야 일주일 갑니다. 국물 없으면 금방 퍽퍽해져요
- 주말 장보기 할 때 밑반찬 재료는 따로 리스트 만들어 가세요. 안 그러면 꼭 하나씩 빠뜨립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평일 아침마다 “오늘 반찬 뭐 있지?” 하며 냉장고 문을 열어보시는 분. 퇴근하고 들어와서 아이들 저녁 차리려는데 막막해서 결국 배달앱 켜시는 분. 식비가 왜 이렇게 나가나 싶은데 딱히 뭘 해먹은 것도 없는 것 같은 분.
그리고 솔직히, 요리가 귀찮은 분요.
저도 요리 좋아한다고 했지만 매일은 힘듭니다. 주말 2시간만 집중해서 끝내놓으면 평일이 정말 편해요. 이게 제가 1년 넘게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 마무리하며
처음 시작할 땐 “과연 될까” 싶었는데, 지금은 이게 없으면 일주일이 안 돌아갑니다. 물론 매주 완벽하진 않아요. 바쁜 주말은 6~7가지만 할 때도 있고, 가끔은 그냥 패스할 때도 있습니다.
근데 그래도 됩니다.
완벽하게 10가지 매주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우리 가족 밥상이 조금 더 풍성해지는 것. 그게 진짜 목표니까요. 오늘 글이 평일 저녁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정리해볼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