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생각나는 부추전·감자전·김치전 바삭하게 굽는 법

🌧️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며칠 전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데, 초등학생 둘째가 부엌으로 뛰어오더니 “엄마, 전 부쳐줘!”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비 오는 날엔 왜 이렇게 전이 생각나는 걸까요.

결혼하고 20년 가까이 부침개를 구워왔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10년은 늘 눅눅했습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질척거리거나, 아니면 겉까지 딱딱하게 타버리거나. 근데 막상 해보니까 진짜 몇 가지만 신경 쓰면 바삭한 전을 구울 수 있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수없이 실패하면서 터득한 부추전, 감자전, 김치전 바삭하게 굽는 방법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바삭한 전의 핵심, 반죽에 있습니다

전이 눅눅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아세요? 반죽이 너무 되직하거나, 반대로 너무 묽어서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대충 밀가루에 물 넣고 휘휘 저었거든요. 어머니가 그렇게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손맛으로 농도를 조절하셨던 거였어요. 저처럼 감이 없는 사람은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반죽 황금비율 (제가 정착한 기준):

  • 부침가루 1컵 + 물 1컵 + 계란 1개
  • 여기서 물 대신 탄산수를 쓰면 더 바삭해집니다
  • 얼음물을 쓰면 튀김처럼 가벼운 식감이 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탄산수 팁은 한 7~8년 전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TV에서 봤는지, 인터넷에서 봤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탄산의 기포가 반죽 사이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줘서 기름에 닿으면 바삭하게 튀겨지는 원리라고 하더라고요.

🥬 부추전 바삭하게 굽는 법

부추전은 세 가지 전 중에서 가장 쉬운 편입니다. 근데 함정이 있어요. 부추에서 수분이 나온다는 거죠.

예전에는 부추 썰어서 바로 반죽에 넣었는데,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반죽이 물러집니다. 요즘 저는 이렇게 합니다.

부추전 굽기 순서:

  • 부추는 5~6cm 길이로 썰어 키친타월로 물기 제거
  • 반죽은 묽게, 흘러내릴 정도로 만들기
  • 부추에 반죽을 살짝만 묻히는 느낌으로 섞기
  • 팬에 기름 넉넉히 두르고 센 불에서 시작
  •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면 중불로 줄이기

중요한 건 뒤집는 타이밍입니다.

너무 빨리 뒤집으면 부서지고, 너무 늦으면 타버립니다. 저는 전 가장자리가 살짝 들리면서 갈색빛이 돌 때 뒤집습니다. 그리고 뒤집고 나서 뒤집개로 꾹꾹 누르지 마세요. 누르면 기름이 빠져나가면서 바삭함이 사라집니다. 이거 진짜 중요합니다.

🥔 감자전, 갈아서 바로 부쳐야 합니다

감자전은 솔직히 손이 많이 갑니다. 갈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감자전 특유의 쫀득하면서 바삭한 그 맛을 생각하면 할 만합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많이 실패했던 부분을 말씀드릴게요. 감자를 갈아놓고 한참 두면 갈변되면서 물이 생깁니다. 그 물을 버리면 안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물은 버리되 바닥에 가라앉은 하얀 앙금은 살려야 합니다.

그 앙금이 감자 전분이거든요. 이걸 버리면 전이 잘 안 붙고 부서집니다.

감자전 굽기 포인트:

  • 감자는 강판보다 믹서기로 갈면 식감이 더 부드럽습니다
  • 간 감자에서 나온 물은 10분 정도 두었다가 윗물만 따라버리기
  • 바닥 전분은 다시 감자에 섞어주기
  • 소금 간은 미리, 후추는 취향껏
  • 양파를 조금 갈아 넣으면 단맛이 납니다

아, 그리고 감자전은 얇게 펴야 바삭합니다. 두툼하게 부치면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제가 신혼 때 딱 그랬어요. 남편이 먹다가 “이거 속이 날것 같은데?”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김치전, 묵은지를 써야 하는 이유

김치전은 막걸리 안주로 최고입니다. 남편이 유독 좋아하는 전이기도 하고요.

김치전의 바삭함을 결정하는 건 김치 수분입니다. 익은 김치, 특히 묵은지를 쓰면 수분이 적어서 훨씬 바삭하게 구워집니다. 반면 갓 담근 김치나 겉절이로 부치면 물이 많이 나와서 눅눅해지기 쉽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묵은지가 없을 때 저는 김치를 꼭 짜서 씁니다. 국물이 아까워서 처음엔 안 짜고 썼는데, 결과물이 영 별로였거든요.

김치전 꿀팁 정리:

  • 김치는 송송 썰어서 국물 꼭 짜기 (국물은 찌개에 활용)
  • 반죽에 김칫국물 조금 넣으면 풍미가 살아납니다
  • 돼지고기 다진 것 조금 넣으면 고소함 업그레이드
  • 부침가루 대신 튀김가루를 섞으면 더 바삭
  •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바퀴 둘러주면 향이 좋아요

사실 저는 김치전에 청양고추 다진 것도 넣습니다. 아이들 건 따로 굽고, 어른용은 매콤하게요. 비 오는 날 막걸리 한 잔에 매콤한 김치전이라니. 생각만 해도 좋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주의사항

전 부칠 때 흔히 하는 실수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첫째, 기름을 아끼지 마세요. 전은 부침개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얕은 튀김에 가깝습니다. 기름이 적으면 바닥만 익고 옆면은 눅눅해집니다. 전이 반쯤 잠길 정도로 기름을 넉넉히 두르세요.

둘째, 불 조절이 생명입니다. 처음에 센 불로 시작해서 겉면을 빨리 익히고, 그다음 중불로 줄여서 속까지 익히는 게 기본입니다. 처음부터 약불이면 기름을 잔뜩 머금은 눅눅한 전이 됩니다.

셋째, 한 번에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팬 온도가 확 떨어지면서 전체가 눅눅해집니다. 저도 바쁠 때 욕심내서 한꺼번에 부쳤다가 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쉬웠던 점을 말씀드리자면, 바삭하게 구운 전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눅눅해진다는 거예요. 특히 접시에 겹쳐 놓으면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해서 더 빨리 눅눅해집니다. 망이나 채반 위에 올려두면 조금 낫긴 한데, 역시 바로 먹는 게 최고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뭔가 지글지글 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분. 아이들 간식으로 뭘 해줄지 고민되는 분.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은데 안주 사러 나가긴 귀찮은 분. 명절 때마다 전 부치는 게 두려운 분.

특히 “나는 전을 부치면 항상 눅눅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오늘 알려드린 방법 한번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 마무리하며

20년 가까이 전을 부쳐오면서 느낀 건, 결국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거였습니다. 반죽 농도, 기름 양, 불 조절. 이 세 가지만 잘 맞추면 누구나 바삭한 전을 부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저녁에 부추전이라도 부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비 오는 날, 따뜻한 전 한 장에 소소한 행복 느끼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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