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지로 손칼국수 골목, 왜 비교하게 됐냐면요
사실 저도 처음엔 그냥 “칼국수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이랑 결혼하고 20년 동안 집에서 칼국수를 수도 없이 만들어봤거든요. 직접 반죽하고, 밀대로 밀고, 칼로 썰어서 끓이는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밖에서 사 먹는 칼국수에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근데 막상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좀 웃겨요.
지난달에 큰애 고등학교 원서 상담 때문에 을지로 쪽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상담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점심을 뭘 먹을까 하다가, 예전에 친구가 “을지로에 칼국수 골목 있는데 진짜 맛있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검색 한 번 해보고 무작정 찾아갔죠.
그날 저는 두 집을 연달아 가봤습니다. 처음 간 집이 너무 사람이 많아서 40분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바로 옆집으로 갔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두 집의 맛이 확연히 다른 거예요. 제 기억이 맞다면 두 집이 불과 5미터도 안 떨어져 있었는데, 육수도 다르고 면발도 다르고 반찬도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궁금해졌어요. 도대체 뭐가 다른 거지? 왜 어떤 집은 줄이 길고 어떤 집은 한산하지?
그래서 그 후로 세 번을 더 갔습니다. 남편이랑 한 번, 동생이랑 한 번, 혼자서 한 번. 이 정도면 비교할 자격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 A집: 을지로 3가역 근처 ‘진옥화 손칼국수’
첫인상과 분위기
을지로 손칼국수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 집을 떠올릴 겁니다. 저도 처음에 검색했을 때 이 집이 제일 먼저 나왔어요. 가게 앞에 도착하니까 평일 낮 12시인데도 줄이 한 20명 정도 서 있더라고요.
솔직히 줄 서는 거 진짜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애들 키우면서 줄 설 시간에 빨래 한 번 더 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날은 시간이 있었고, 뭔가 호기심이 생겨서 끝까지 기다려봤습니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까 진짜 좁았어요. 테이블이 한 10개 정도? 그것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옆 테이블 손님이랑 팔꿈치가 부딪힐 것 같은 정도였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한 테이블에 4명 앉으면 꽉 차는 크기였던 것 같아요.
주문한 메뉴와 맛
손칼국수 하나랑 콩국수 하나를 시켰습니다. 가격은 손칼국수가 9,000원, 콩국수가 10,000원이었어요. 제가 처음 갔을 때 기준이고, 요즘 물가가 워낙 빨리 오르니까 지금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칼국수가 나왔을 때 첫 반응은 “어? 국물이 뽀얗네?”였습니다.
집에서 만들 때는 멸치나 다시마로 육수를 내니까 맑은 국물이 나오거든요. 근데 이 집은 닭 육수 베이스인 것 같았어요.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먹어보니까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습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 자꾸 손이 가는 그런 맛이에요.
면발은 두껍고 쫄깃했습니다. 씹을 때 탱탱하게 씹히는 느낌이 있었어요. 남편한테 물어보니까 “면이 좀 두꺼운 편이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동의했습니다. 가느다란 면을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좀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반찬은 김치하고 겉절이가 나왔는데, 이 김치가 진짜 맛있었어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나서 칼국수랑 번갈아 먹으니까 환상이었습니다. 20년 요리한 사람으로서 인정합니다. 이 김치 맛은 제가 못 따라가요.
아쉬웠던 점
일단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40분 기다렸는데, 그 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해서 다리가 좀 아팠어요. 의자 같은 게 따로 없었거든요. 젊은 분들이야 괜찮겠지만, 저처럼 40대 넘어가면 서서 오래 기다리는 게 은근히 힘듭니다.
그리고 가게 안이 너무 시끄러웠어요.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으니까 당연한 거긴 한데, 대화를 하려면 좀 크게 말해야 했습니다. 조용히 식사하고 싶은 분들한테는 안 맞을 것 같아요.
또 하나,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아서 짐 놓을 데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저는 그날 쇼핑백이 두 개 있었는데, 발 밑에 놓으니까 좁아서 불편했어요. 큰 가방 들고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 B집: 바로 옆 골목 ‘미진 손칼국수’
첫인상과 분위기
사실 이 집은 처음에 “진옥화”가 너무 줄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거였어요. 바로 옆 골목에 있었는데, 간판이 좀 낡아서 솔직히 첫인상이 별로였습니다. “여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들어가 보니까 의외로 깔끔했습니다.
테이블 수는 비슷했는데, 테이블 간격이 좀 더 넉넉했어요. 옆 사람이랑 부딪힐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 한 팀만 기다리고 있었고, 5분도 안 돼서 자리에 앉았어요.
주문한 메뉴와 맛
여기서도 손칼국수를 시켰습니다. 가격은 8,500원이었어요. 진옥화보다 500원 저렴했죠.
칼국수가 나왔을 때 첫 느낌은 “어, 국물이 맑네?”였어요.
진옥화랑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습니다. 멸치랑 다시마 베이스인 것 같은데, 집에서 제가 만드는 육수랑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났습니다. 느끼한 걸 싫어하는 분들한테는 이쪽이 더 맞을 것 같았어요.
면발은 진옥화보다 얇았습니다. 그리고 좀 더 부드러웠어요. 쫄깃하다기보다는 술술 넘어가는 느낌?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이 먹기에는 이쪽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찬은 김치랑 무생채가 나왔는데, 솔직히 김치는 진옥화가 더 맛있었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입맛이긴 한데, 미진 김치는 좀 평범했습니다. 나쁘진 않았지만 특별하지도 않았어요.
아쉬웠던 점
면 양이 좀 적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많이 먹는 편은 아닌데도 “이게 끝인가?” 싶었어요. 남편한테 물어보니까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대요. 성인 남성이 먹기엔 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수가 좀 싱거웠어요. 물론 요즘 건강 생각해서 싱겁게 먹는 분들한테는 장점일 수도 있는데, 저는 좀 간이 세게 된 음식을 좋아해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테이블에 소금이 있어서 조금 넣어 먹긴 했어요.
또 하나 아쉬운 건, 불친절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았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무덤덤? 진옥화는 바빠서 정신없는 느낌이었다면, 미진은 그냥 조용히 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 직접 여러 번 가보고 느낀 차이점
세 번 더 방문하면서 정리한 차이점을 말씀드릴게요.
육수 스타일
- 진옥화: 닭 육수 베이스, 고소하고 진한 맛, 뽀얀 국물
- 미진: 멸치+다시마 베이스, 시원하고 깔끔한 맛, 맑은 국물
이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칼국수예요. 둘 다 맛있는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 같습니다.
면발
- 진옥화: 두껍고 쫄깃함, 씹는 맛이 있음
- 미진: 얇고 부드러움, 술술 넘어감
저는 개인적으로 진옥화 면발이 더 좋았어요. 20년 동안 직접 칼국수를 만들면서 느낀 건데, 면이 두꺼우면 육수를 더 잘 머금거든요. 그래서 한 젓가락 먹을 때마다 육수 맛이 같이 느껴졌습니다.
근데 남편은 미진이 더 좋대요. 남편이 원래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건 정말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가격과 양
- 진옥화: 9,000원, 양 넉넉함
- 미진: 8,500원, 양 좀 적음
500원 차이인데, 양 차이가 꽤 나요. 가성비로 따지면 진옥화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물론 미진도 나쁘진 않은데, 먹고 나서 배부른 정도가 달랐어요.
분위기와 대기 시간
- 진옥화: 시끄럽고 북적북적, 대기 30~40분
- 미진: 조용하고 한산함, 대기 거의 없음
이것도 큰 차이입니다. 바쁜 점심시간에 빨리 먹어야 하는 분들은 미진이 낫고, 시간 여유 있고 유명한 집 가보고 싶은 분들은 진옥화가 맞을 것 같아요.
반찬
이건 진옥화 압승입니다. 미진 반찬이 나쁜 건 아닌데, 진옥화 김치가 진짜 맛있었어요. 그 김치 맛이 자꾸 생각나서 세 번째 갔을 때는 김치를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 어떤 분께 진옥화가 맞을까요?
제가 네 번 방문하면서 느낀 걸 바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진옥화를 추천드리는 분:
- 진하고 고소한 국물을 좋아하시는 분
- 쫄깃하고 두꺼운 면발을 좋아하시는 분
- 유명한 맛집 가보는 게 좋으신 분
- 맛있는 김치를 함께 즐기고 싶으신 분
- 양껏 배부르게 드시고 싶은 분
- 줄 서는 거 괜찮으신 분 (중요!)
특히 처음 을지로 칼국수 골목에 가시는 분이라면 진옥화 먼저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단 가장 유명한 집이니까 기준점으로 삼기 좋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평일 점심에 30~40분 기다리는 건 직장인분들한테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어요. 시간 여유가 있는 주말이나, 저처럼 평일 오전에 다른 볼일 보고 일찍 가시는 게 낫습니다.
👨👩👧 어떤 분께 미진이 맞을까요?
미진을 추천드리는 분:
-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을 좋아하시는 분
- 부드러운 면발을 좋아하시는 분
- 기다리는 거 싫어하시는 분 (저 같은 사람요)
- 조용히 식사하고 싶으신 분
-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와 함께 가시는 분
- 느끼한 음식이 부담스러우신 분
저희 둘째가 아직 중학생인데, 나중에 둘째랑 같이 가면 미진으로 갈 것 같아요. 둘째가 진한 국물을 좀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그리고 시끄러운 데서 밥 먹는 거 싫어해서 미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직장인분들 중에 점심시간 빠듯한 분들도 미진 추천드려요. 들어가자마자 바로 앉아서 먹고 나올 수 있으니까요.
🤔 사실 저도 처음엔 몰랐던 것들
여기서 제가 처음에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것들 몇 가지 공유해드릴게요.
첫째, 칼국수 골목이 생각보다 찾기 어려워요.
네비게이션 찍고 가면 대충 근처까지는 가는데, 골목이 좁고 간판이 잘 안 보여서 헤맬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10분 정도 헤맸어요. 을지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하다 보면 오른쪽에 좁은 골목이 나오는데, 거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둘째, 점심시간 피크는 12시~1시입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 시간대는 진옥화 기준으로 40분 이상 기다려야 해요. 11시 반이나 1시 반 이후에 가시면 대기가 훨씬 짧습니다. 저는 세 번째 갔을 때 11시 20분에 도착했는데, 10분도 안 기다렸어요.
셋째, 현금만 받는 줄 알았는데 카드도 돼요.
예전 후기들 보면 현금만 된다고 써있는 글들이 있는데, 지금은 카드도 됩니다. 저도 처음에 현금 챙겨갔다가 카드로 결제했어요.
넷째, 콩국수도 맛있어요.
저는 첫 번째 방문 때 콩국수도 시켜봤는데, 이것도 맛있었습니다. 여름에 시원하게 먹기 좋을 것 같아요. 칼국수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콩국수 드시는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 20년 요리 경력자로서 느낀 점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덧붙일게요.
저는 20년 동안 집에서 가족 밥을 해왔습니다. 칼국수도 수십 번 만들어봤어요. 직접 반죽하고, 밀대로 밀고, 칼로 써는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이 두 집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좀 알 것 같았습니다.
손칼국수라는 게 진짜 손이 많이 가거든요.
기계로 뽑으면 편하고 빠른데, 손으로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들어요. 근데 그만큼 면발이 달라요. 기계면은 너무 균일해서 오히려 심심한데, 손으로 썬 면은 두께가 조금씩 달라서 먹을 때 재미가 있습니다.
이 두 집 모두 그런 정성이 느껴졌어요.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 다 대충 만든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가 더 맛있냐”고 물으면 솔직히 대답하기 어려워요. 둘 다 맛있거든요. 그냥 스타일이 다른 겁니다.
진한 국물, 쫄깃한 면을 원하면 진옥화.
깔끔한 국물, 부드러운 면을 원하면 미진.
이렇게 정리하는 게 가장 정확한 것 같습니다.
🙋♀️ 마무리하며
글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점심 때우려고 갔던 을지로 칼국수 골목인데, 어쩌다 보니 네 번이나 가게 됐고,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됐습니다. 남편은 “당신 요즘 을지로 자주 가네?”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자주 갔어요. 맛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가끔 갈 것 같습니다. 진옥화 김치가 자꾸 생각나서요.
혹시 을지로 쪽에 볼일 있으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줄이 좀 길어도, 좁고 시끄러워도, 먹고 나면 “아, 맛있었다” 하게 되는 그런 맛이 있습니다.
물론 기다리기 싫으시면 미진도 좋고요.
둘 다 추천드립니다. 😊
다음에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도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가게 되면 또 후기 남길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