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포구에서 조용히 혼밥 한 날, 그 한정식집이 자꾸 생각납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건, 정말 별것 아닌 이유에서였습니다. 아이 둘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시키고 나서, 문득 오전이 텅 비어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장도 봐야 하고 마포 쪽 은행 볼일도 있어서 나갔는데, 점심 시간이 딱 걸려버린 거예요. 혼자니까 그냥 편의점이나 가려다가 걸음이 멈춰버린 곳이 있었습니다. 골목 안쪽에 조용히 자리 잡은 한정식 집이었는데, 저도 처음엔 “혼자 들어가도 되나?” 싶어서 한 번 지나쳤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발길이 돌아갔어요. 밥 잘하는 주부 소리 20년째 들어온 제가, 나 혼자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냐 싶기도 했고요.
그냥 들어갔습니다. 근데 막상 들어가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이후로 두 번을 더 갔고, 이제는 마포 나올 때 꼭 들르는 제 혼밥 루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 어떤 곳인지 먼저 간단하게
위치는 마포구 서교동 쪽 골목 안입니다. 큰 간판도 없고, 길가에서 잘 보이지 않아서 처음 찾는 분들은 조금 헤매실 수도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홍대입구역에서 걸어서 10분 내외였던 것 같습니다. 외관은 낡은 주택을 개조한 형태라서, 처음 보면 ‘이게 식당 맞아?’ 싶을 수 있어요. 근데 그 허름함이 오히려 매력입니다.
메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점심에는 소반 형태의 한정식 한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반찬 수가 엄청나게 많거나 코스 요리처럼 거창하지는 않아요. 대신 하나하나가 정성스럽습니다. 밥집이라는 게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냥 밥, 그냥 국, 그냥 반찬. 근데 그 ‘그냥’이 보통 수준이 아닙니다.
🥢 밥상 자체에 대해서 — 주부 눈으로 본 솔직한 이야기
저는 밥을 20년 넘게 해온 사람이라서, 식당 밥을 먹을 때 괜히 직업병처럼 이것저것 분석하게 됩니다. 국물 간이 어떤지, 나물 무침에 기름을 얼마나 썼는지, 김치가 직접 담근 건지 사다 쓰는 건지. 솔직히 웬만한 집밥식 식당들은 금방 들킵니다.
근데 이 집은 달랐습니다. 된장찌개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시판 된장 특유의 인공적인 구수함이 아니라, 깊고 조금 거친 느낌의 구수함이 났습니다. 콩 건더기가 으깨진 게 씹힐 정도였고요. 정확하진 않지만, 직접 담근 된장을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매년 담가주시는 된장이랑 비슷한 냄새가 났거든요.
나물 반찬도 기름기가 과하지 않았고, 간이 세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에서 애들 반찬 할 때 간을 약하게 하는 편인데, 이 집 반찬들이 딱 그 수준이었어요.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밥이 술술 들어갔습니다. 공기밥 한 공기를 깔끔하게 비우고 나서야 ‘아 많이 먹었다’ 싶었습니다.
생선구이가 메뉴에 포함된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고등어였는데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고, 속은 촉촉했어요. 생선을 이렇게 굽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집에서 해보면 알아요. 껍질 눌어붙고 속 퍽퍽해지기 일쑤거든요. 이 집은 그걸 잘 잡아놨더라고요.
🪑 혼밥하기 좋은 이유 — 분위기와 공간에 대해서
혼자 한정식집 들어가는 게 어색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테이블이 크고, 직원이 쳐다보고, 옆 테이블이랑 너무 가까워서 눈치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에 그게 걱정됐었어요. 근데 이 집은 그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일단 좌석 간격이 넉넉합니다. 테이블 크기도 혼자 앉기에 딱 맞는 작은 것들이 있어요. 직원분도 과하게 말을 걸거나 주문을 재촉하지 않았고, 조용히 놔두는 분위기였습니다. 음악도 거의 없거나 아주 작게 틀어두는 수준이라서, 진짜로 조용합니다. 제가 세 번 방문했을 때 모두 그랬으니까, 그냥 이 집 자체의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혼자 와서 책 읽거나 스마트폰 보면서 밥 먹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예요. 오히려 그런 손님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저처럼 혼자 온 중년 여성분도 계셨고, 노트북 열어두고 밥 먹는 젊은 분도 있었습니다.
⚠️ 아쉬웠던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좋은 점만 쓰면 광고 같으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웨이팅이 생각보다 길 수 있습니다. 점심 피크 시간에는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가게 자체가 크지 않아서 좌석 수가 많지 않거든요. 저는 두 번째 방문 때 15분 정도 밖에서 기다렸는데, 겨울이었어서 꽤 추웠습니다. 여름이나 겨울에 방문하신다면 미리 감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메뉴가 그날그날 바뀌는 편이라서, “저번에 먹었던 그 메뉴 또 먹고 싶다”는 분들께는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제가 특히 좋아했던 생선구이 정식이 두 번째 방문 때는 없었거든요. 그날은 다른 메뉴가 맛있긴 했지만, 약간 아쉬운 마음은 있었습니다.
가격은 한정식 치고 부담 없는 편입니다. 다만 음료나 추가 찬을 더 시키면 예상보다 금액이 올라갈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기본 세팅으로 먹었을 때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느꼈습니다.
💌 이런 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 혼자 조용히 밥 먹고 싶은 날, 그런데 편의점은 너무 허무한 것 같을 때
- 자극적이지 않은 집밥 스타일의 밥상이 그리울 때
-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라 자극적인 음식이 부담스러운 분
- 마포나 홍대 근처에서 약속 전후로 혼자 끼니 해결할 때
- 몸이 좀 피곤하거나 속이 불편할 때,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고 싶을 때
반대로, 왁자지껄하게 분위기 있게 먹고 싶으신 분, 다양한 코스 요리나 화려한 구성을 원하시는 분께는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집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딱 좋은 밥집입니다.
🌿 마무리하며
저는 집에서 매일 밥을 합니다. 20년째요. 가족들 입맛에 맞춰 오고, 건강 생각하면서 간 조절하고, 재료 아끼면서도 맛있게 차리려고 애씁니다. 그러다 보면 가끔, 내 밥상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냥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날, 이 집 밥 한 끼가 저한테는 위로가 됐습니다. 누가 차려준 밥, 그것도 정성 들인 밥을 혼자 조용히 먹는 시간. 생각보다 꽤 괜찮았습니다. 부담 없이, 눈치 없이, 그냥 맛있게. 그게 전부였는데, 그게 충분했습니다.
마포 쪽 나오실 일 있는 분들, 혼자 밥 먹을 자리 고민이시라면 조용한 한정식 한번 시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훨씬 편하고, 생각보다 훨씬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