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신김치로 담그는 김장김치 10포기 레시피
벌써 김장철이 다가왔습니다. 올해로 김장한 지 18년 차가 되는데요.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건 지난주 시어머니 전화 한 통 때문이었습니다. “올해는 네가 주도해서 김장해 봐라, 이제 나도 힘들어서.” 그 말씀 듣는 순간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동안 옆에서 보조만 했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양념 배합을 결정한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할 만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첫 김장 때 소금 양을 잘못 맞춰서 배추가 너무 짜게 절여진 기억이 나요. 남편이 한 입 먹고 “이거 절임배추 그냥 먹는 거야?” 했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뒤로 매년 조금씩 레시피를 다듬어왔고, 이제야 “우리 집 김치”라고 부를 수 있는 맛이 완성됐습니다. 오늘은 그 노하우를 10포기 기준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 김장김치 10포기 기본 재료
우선 재료부터 말씀드릴게요. 10포기면 4인 가족 기준으로 대략 2~3개월 먹을 분량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저희 집은 좀 빨리 먹는 편이라 2개월 조금 넘게 가더라고요.
🥬 절임 재료
- 배추 10포기 (중간 크기, 한 포기당 2.5~3kg)
- 천일염 4kg (배추 절이기용)
- 물 적당량
🌶️ 김치소 재료
- 고춧가루 900g~1kg (굵은 것과 고운 것 7:3 비율)
- 찹쌀풀 2컵 분량 (찹쌀가루 1컵 + 물 4컵)
- 새우젓 1컵
- 멸치액젓 1.5컵
- 까나리액젓 0.5컵 (없으면 멸치액젓으로 대체)
- 다진 마늘 2컵
- 다진 생강 3큰술
- 설탕 3큰술
- 무채 1.5kg
- 쪽파 400g
- 미나리 200g (선택)
사실 저도 처음엔 새우젓이랑 멸치액젓 차이를 잘 몰랐습니다. 그냥 젓갈이니까 비슷하겠지 했는데, 둘 다 넣어야 깊은 맛이 나더라고요. 새우젓은 감칠맛, 멸치액젓은 짭짤한 베이스를 잡아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배추 절이기 – 김장의 절반은 여기서 결정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김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념이 아니라 배추 절이기입니다. 이거 잘못하면 아무리 양념을 잘 만들어도 소용없어요.
절이는 방법 (상세)
1단계: 배추 밑동을 칼로 반 정도 가른 후 손으로 쪼갭니다. 칼로 끝까지 자르면 잎이 떨어지니까 주의하세요. 저는 예전에 칼로 완전히 잘랐다가 속잎들이 다 흩어져서 난감했던 적 있습니다.
2단계: 굵은 소금을 배추 줄기 부분 위주로 뿌립니다. 잎 부분은 절로 절여지니까 줄기에 집중하세요. 한 포기당 소금 300~400g 정도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3단계: 큰 대야나 김장용 고무 통에 배추를 차곡차곡 넣고, 소금물(물 10L + 소금 1컵)을 부어줍니다. 그리고 무거운 거 올려서 눌러주세요.
4단계: 8~10시간 절입니다. 중간에 한 번 뒤집어주면 좋습니다.
절임 완료 체크는요. 배추 줄기를 구부렸을 때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면 된 겁니다. 아삭한 느낌이 살짝 남아있어야 해요.
이게 참 애매한데, 너무 오래 절이면 질척해지고 덜 절이면 배추가 뻣뻣해서 양념이 안 배어요.
중요한 건 헹구기입니다. 3번 이상 깨끗한 물에 헹궈야 합니다. 대충 헹구면 나중에 김치가 쓴맛이 날 수 있어요. 저는 4번 헹굽니다. 그리고 채반에 엎어서 2~3시간 물기 빼주세요. 이 과정 건너뛰면 양념이 물에 씻겨 나갑니다.
🥣 찹쌀풀과 양념 만들기 – 감칠맛의 비밀
찹쌀풀은 김치가 익으면서 발효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근데 이거 농도가 중요해요.
찹쌀풀 만들기
찹쌀가루 1컵에 물 4컵을 넣고 중불에서 저어가며 끓입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2~3분 더 저어주세요. 걸쭉한 농도가 되면 불 끄고 완전히 식힙니다. 뜨거울 때 고춧가루 넣으면 양념이 익어버려서 색도 탁해지고 맛도 이상해집니다.
여기서 저만의 팁 하나 드리자면요.
풀에 양파 반 개랑 배 1/4개를 갈아서 같이 끓입니다. 단맛이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설탕을 덜 넣어도 돼요. 시어머니한테 배운 건 아니고, 유튜브에서 본 건데 진짜 효과 있었습니다.
양념 만들기
- 식힌 찹쌀풀에 고춧가루를 넣고 잘 섞습니다 (이때 고춧가루가 불으면서 색이 선명해져요)
- 새우젓은 다져서 넣습니다 – 통으로 넣으면 식감이 거슬려요
-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 순서로 넣고 섞습니다
- 마지막에 무채, 쪽파, 미나리 넣고 버무립니다
양념은 만들고 바로 쓰지 마시고 30분~1시간 정도 실온에 두세요. 재료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김치 담그기 – 손이 기억하는 작업
이제 진짜 김장입니다.
물기 뺀 배추를 펼쳐놓고 양념을 한 잎 한 잎 발라줍니다. 겉잎은 양념 적게, 속잎으로 갈수록 양념 많이. 이게 포인트입니다. 겉잎에 양념 많이 바르면 나중에 겉만 짜고 속은 싱거워요.
저는 고무장갑 위에 면장갑 끼고 작업합니다. 고무장갑만 끼면 미끄러워서 양념이 자꾸 튀거든요.
양념 다 바른 배추는 겉잎으로 감싸서 둥글게 만들어 통에 담습니다. 이때 꾹꾹 눌러서 공기 빼주세요. 공기 들어가면 곰팡이 필 수 있습니다.
10포기 기준 대략 3~4시간 걸립니다. 혼자 하면요.
저는 남편이랑 둘이서 해서 2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아이들은 안 시킵니다. 괜히 시켰다가 양념 묻은 손으로 얼굴 만지고 난리 났던 적 있어서요.
⚠️ 주의사항 및 알아두면 좋은 점
첫 번째, 김장은 날씨가 중요합니다. 기온이 4도 이하일 때 담가야 발효 속도 조절이 쉽습니다. 요즘 날씨가 이상해서 11월 중순 넘어도 따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차라리 기다리세요.
두 번째, 배추 살 때 들어보세요. 같은 크기라도 묵직한 게 속이 꽉 찬 겁니다. 가벼우면 속이 비어있거나 잎이 얇아요.
세 번째, 담근 김치는 실온에서 하루 정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으세요. 바로 냉장하면 발효가 안 돼서 맛이 안 들어요. 근데 날씨 따뜻하면 반나절만 두세요. 이건 진짜 상황 봐가면서 하셔야 합니다.
아쉬웠던 점도 말씀드릴게요. 올해 고춧가루를 인터넷에서 샀는데, 생각보다 매운맛이 강했습니다. 같은 “중간 매운맛” 표기여도 업체마다 편차가 크더라고요. 결국 설탕을 평소보다 더 넣어서 밸런스 맞췄는데, 처음 맛볼 때 좀 당황했습니다. 고춧가루는 가능하면 단골집에서 사시거나, 소량 먼저 테스트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올해 처음으로 시어머니 도움 없이 김장에 도전하시는 며느리분들. 그 긴장감 저도 압니다.
4인 가족 기준 겨우내 먹을 김치를 직접 담가보고 싶으신 분들. 사 먹는 김치랑 확실히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김장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은 엄마들. 저희 큰아이가 “엄마 손에서 김치 냄새 나서 좋아”라고 했을 때 진짜 뿌듯했거든요.
반대로 혼자 사시는 분들께는 10포기가 너무 많습니다. 3~4포기 레시피를 따로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마무리하며
김장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면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뻐근해요. 근데 막상 담가놓고 며칠 뒤에 맛보면 그 고생이 다 잊혀집니다.
완벽한 김치는 없는 것 같아요. 해마다 배추 상태도 다르고, 젓갈 염도도 다르고, 날씨도 다르니까요.
올해 제 김치가 어떻게 익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한 달 뒤에 열어봐야 알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올겨울 김장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